부서진 도자기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가 - 서명진 인터뷰

기사입력 2021.11.24 19:15 조회수 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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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는 생한 도자기  수복 기법으로 개인전을 하고 있는 서명진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머지 전시장에는 파손된 파손되거나 결손되어 상처 난 도자기를 생 옻을 이용하여 수리한 작품들로 가득하였습니다.

이러한 도자 수복기법을 킨츠키라고하는데 작가에게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들어 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미술교육 서양화를 전공으로 졸업하고 현재 부산에서 도자기 작업실을 운영 중인 서명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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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서명진작가

 

Q. 킨츠키라는 분야라고 해야 할까요? 저에겐 다소 생소한 작업인데요.

   간략하게 킨츠키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A. 킨츠키는 생 옻을 이용하여 깨지거나 파편이 사라진 도자기를 수리하고 금, 은 등을 이용한 장식기법을 더하여 완성하는 도자기 수리 기법입니다. 과잉생산 시대에 금방 쓰임새를 잃고 쉽게 버려지는 파손된 도자기들을 아름답게 재탄생 시키고 새로운 용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기술이지만 현재 일본의 기술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킨츠키’라는 단어 역시 일본어로써 한글로 표현하면 금선(金線)이라 할 수 있어요. 옻을 이용하는 방법 외에도 도자기 수리 기법은 다양하게 남아 있으며 금속 못을 이용한 수리 기법, 금속 땜을 이용해 수리하는 기법 등이 있습니다.

KakaoTalk_20211124_132756237.jpg 전시장의 대형 달항아리 - 항아리 입구를 수리 하였다.

 

Q. 서양화 전공을 하셨다가 현재의 킨츠키 작업을 하시게 됐는데,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처음에 멋모르고 들어간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을 때 작업은 즐거웠지만, 저의 머릿속에서는 항상 ‘그래서?’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맴돌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회화로 담아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보는 것으로만 끝나는 벽걸이 회화로만 남게 되는 부분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러면서 내 작업이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지를 생각했고요. 졸업 후에는 공간예술을 공부하려고 유학을 준비했었습니다. 그때 회화 이외에도 영상, 페이퍼 아트, 공예, 조형, 판화 등의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했습니다. 대학에서 처음 접했던 도자 작업이 좀 더 진지하게 발전되었던 발판이 된 시기였죠. 그러다 우연찮게 도자 작업이 직업적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만 5년을 한 공방에서 일하다 작년에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 작업에 몰두하면서 더 깊게 고민하게 된 ‘쓰임’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문제가 없음에도 버려지는 것들, 깨어져서 버려지게 되는 것들, 사용은 하지 않지만 버리지는 못하고 쓰임새를 잃어버린 것들. 여러 사연이 담긴 도자기들을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을 스스로 찾으려 했던 것이 도자기 수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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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의 평소 작업 과정이 있다면? 보통 어떤 식으로 작업이 시작되고, 진행되나요?


A. 처음에는 파손 부위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파손된 방식과 정도를 파악한 뒤 수리 과정과 기물에 따른 특이 사항을 체크해야 합니다. 수리하면서 다른 파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요. 그 뒤에 수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옻 풀을 이용하여 파손된 부위를 붙이고, 결손된 부위는 메꿉니다. 여러 단계의 사포질을 거치면서 생칠과 주칠을 올린 후 금 혹은 은, 주석 등을 이용하여 마무리 장식을 합니다. 이는 굉장히 단순화하여 설명드리는 거라 실제로는 같은 단계를 여러 번 반복하고 옻이 건조되는 시간 등을 지켜보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저는 킨츠키 수리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옻의 마름 정도를 제대로 파악한 뒤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옻의 특성상 독성이 강하며 특정 온도와 습도일 때 가장 잘 경화됩니다. 이를 잘 이해하고 작업해야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또 다른 킨츠키의 특징 중 하나가 매우 섬세한 작업이라는 것입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과정 마디마디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섬세한 기술적 특성과 작업적 분위기를 잘 살리는 것 역시 작업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옻의 속도에 맞춰 작업하고 섬세한 손길로 작업하다 보면 작업시간이 꽤 많이 걸립니다. 하나의 기물을 수리하는데 짧게는 2~3주 혹은 기물의 크기나 파손 범위에 따라 한 달이 넘게 걸릴 수 있습니다.


KakaoTalk_20211110_151137140_07 (1).jpg 서명진 작가의 작업 공구들

 

Q. 킨츠키 작업을 의뢰받는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는데,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처음 의뢰를 받은 작업이 자사호 뚜껑 수리였는데요, 당시 의뢰자분이 보이차에 입문하고 처음 구입했던 자사호의 뚜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비싸거나 오래된 물건은 아니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하셨습니다. 수리 비용이 구입 당시 자사호의 가격만큼 나왔었는데, 당신의 첫 다완이라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마음을 담아 수리를 맡겨주셨어요. 다른 의뢰 중에는 친정어머니께서 취미로 만들어 떠맡기듯 따님에게 주신 큰 도자기 접시가 있었습니다. 댁에 그릇이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이라 하시면서도 친정어머니가 주신 그 마음은 외면하기 어려워 저에게 대형 접시 수리를 맡겨주셨습니다. 의뢰자께서는 처음으로 도자기 수리를 경험하는 거라 마무리를 금으로 할지, 은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습니다. 결국 저한테 일임해 주셨어요. 저는 좀 더 관리가 편하고 당시 그릇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분위기라 판단한 주석으로 마무리해드렸더니 굉장히 만족하신다는 후기를 주셨었어요. 이런 후기들이 늘 뿌듯하고 감사한 순간들로 남습니다.  



Q. 이번이 작가님의 첫 개인전으로 알고 있는데요, MERGE?를 첫 개인전 장소로 결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이번 전시는 부산문화재단 <실패해도 괜찮아> 프로젝트를 통한 후원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가 확실시됐을 때부터 전시장을 많이 찾아보고 다녔었어요. 저는 전시가 가능한 날짜와 적당한 전시장 크기, 전시 관람이 가능한 유동 인구에 대해 나름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많은 곳에서 제가 원하는 날짜에 전시를 진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셨고, 전시장이 너무 작거나 너무 크거나 또 너무 구석이라 찾아오시기 어려운 곳들이었습니다. MERGE?는 부산대학교 번화가 주변에 위치하여 인구 통행도 많고, 여타 다른 개인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지칭하는 곳들에 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전시를 꾸준히 진행한 이력이 있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이곳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실제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시고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작가와의 소통을 오랫동안 해보신 분들이셨어요.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가지고 운영하신 공간이라는 점이 처음 전시를 진행하는 저에게는 신뢰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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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개인전에 대한 작가님의 소감과 개인전을 준비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A. 처음이라는 것에서부터 오는 혼란과 불안이 제일 어려운 점이에요. 작업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물론 코로나가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의 목적은 도자기 수리를 일반 대중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리는 것인데 이를 위해 코로나 시국에 맞은 전시 설명을 대면 혹은 비대면 방법에 대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관람객분들을 가까운 거리로 만나 도자기 수리에 대한 작가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까도 했는데, 이보다 더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방안들이 있지 않을까 하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코로나 상황이 변하고 있고 이에 따른 불안감이 전시 당일에도 이어질까 걱정되지만, 최대한 현재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플랜을 가지고 준비해 보려 합니다.


KakaoTalk_20211124_174355401_03.jpgQ. 작가님만의 작품 키워드가 있다면요?


A. ‘쓰임’과 ‘화합’입니다. ‘유용한’ 쓰임, ‘조화’와 ‘조합’으로 풀어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회화 작업을 할 때도 이 작품이 어디서 어떤 쓰임이 있을 수 있는지를 고민했었고 현재 하는 도자 작업 중에서도 언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작업합니다. 언제 쓰는가?, 어디서 쓰시는가?, 어떻게 쓸 수 있는가?, 누가 쓰는가?, 왜 사용하는가?, 무엇을 재료로 사용하는가? 등. 이렇게 육하원칙을 ‘쓰임’에 대합해 풀면 제가 작업할 때 임하는 생각을 엿보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제 작업은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하여 완성하는 작업입니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흙에서부터 수리 작업을 위한 옻과 금속 재료들, 유리 조각이나 돌 등이 ‘조화’를 이뤄 완성됩니다. 전혀 다른 성질의 재료들이 ‘화합’하여 쓰임을 가진 하나의 형체로 완성되는 과정 자체가 제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저의 키워드입니다.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품 계획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저의 흥미와 호기심을 원료로 하여 저의 생각과 감정을 쓰임이 있는 형태로 현실로 재현에 내는 것이 제 작업 세계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을 위해 다양한 재료와 방법들을 가지고 회화와 입체, 글과 드로잉, 음악과 행위 등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하려 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잡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전공은 회화인데 현재 하는 일은 도자 공예고, 이번 전시의 경우에도 도자계에서는 비주류로 여겨지는 도자기 수리 작업인데다, 그 작업에 쓰이는 재료도 전통 재료가 아닌 현대 재료들, 이를테면 유리나 금속, 돌조각 등을 마음대로 갖다 붙이는 작업이잖아요. 아주 오랫동안 도자기를 업으로 하시던 분들이 보시면 이게 무슨 도자기냐고 역정을 내실 지도 몰라요(웃음). 하지만 저는 도자기든, 유리든, 그림이든, 음악 혹은 글이든 저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 여기고 작업합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다음 작업의 메인 요소가 될지는 저도 확신하지 못해요. 다만 앞으로 저의 작업들은 변함없이 쓰임에 대해 열렬히 고민하고 다채로운 것들이 조화롭게 엮어진 작품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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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전시를 보러 오신 관람객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상처와 부족함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도자기 수리에도 적용되고 우리 인생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하게 쓰이던 물건이 이가 나간다고 갑자기 재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상처가 생겨도 더 아름답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더 단단해지고 더 성장할 수 있음을 눈으로 보고 느껴 주셨으면 해요. 또 찾아와 주시는 관람객분들께서도 저와 함께 ‘쓰임’에 대한 고민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가 새로운 것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너무나 쉽게 외면하고 버리지 않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공예와 예술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공예를 그저 기술로만 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공예 안에 포함된 무한한 예술성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또 코로나 시국에도 전시를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사랑과 존경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작가 인터뷰] 서명진 <Re-Born Kintsugi 리 본 킨츠키>|작성자 openARTs spaceMERGE

[성백 기자 openart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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