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이 꿈틀대는 이상세계를 회화로 구축한 ‘육감도’ 건설자, 이혁발

기사입력 2021.08.22 19:32 조회수 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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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은 모든 생물의 필수본능>, 46cm×61cm, Water Color+Paint Marker on Canvas, 2021

 

 행위미술에 관한 책을 4권이나 쓰고회화설치미술행위미술사진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론 겸비행동하는 미술인 이혁발 작가를 만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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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존재해줘서 고마워>, 61cm×46cm, acrylic color+Paint Marker on Canvas, 2021

 

Q-코로나가 번성하는 이때에도 참 열심히 작업하시는군요. 3월에 안동, 5월에 부산, 그렇게 개인전을 2번 하셨는데, 9월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또 하신다고요?

A-네, 이번 98()부터 12()까지 인사동의 경북갤러리에서 16번째 개인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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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 순간-Matta에 대한 헌사>, 112.1cm×145.5cm, Oil Paints+Paint Marker on Canvas, 1989~2021

 

육감적인 이상 공간 육감도

Q-‘육감도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시던데, ‘육감도라는 게 무엇인가요?

A-이번 주제는 <몰랑몰랑 육감도>입니다. ‘육감도는 제가 만든 단어이며, ‘자는 여섯이며 고기자이고, 감은 감각자를 쓰고, ‘는 그림이며 섬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육감적인 살들이 접촉하고 어울렁더울렁 하는 건강한 이상향같은 것입니다.

2018년 개인전 때 도록에 실은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이것으로 육감도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아 투명한 분홍색을 뽐내는 여린 꽃잎의 속살 같은  

보송보송하고 야몽야몽하며

더없이 아름다우며, 한없이 예쁜 그런 이상적인 공간 육....

 

또한, 곤충의 더듬이 같은 예민함으로 풍성한 감각의 바다에 흠뻑 빠지되

자아가 살아있는, 주체적 삶을 영위하는 공간

그리하여 삶 자체가 예술같이 아름다우며  

행복이 철철 넘쳐나는 그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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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저 깊은 곳>, 50cm×73cm, Stone Pigment+Paint Marker on Canvas, 2021

 

모든 생물의 번식 욕망과 그 감각의 형상화

Q- 여체, 식물 같기도 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 같기도 한 이 형태들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A-자연에 가까이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식물들의 엄청난 번식력이었어요. 이쁘장한 꽃들의 그 엄청난 번식력, 땅속에서 날카롭고 뾰족한 뿌리로 뻗어 나가는 잔디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놀라웠죠. 자두나무도 3갈래로 끊임없이 뻗어 나갑니다

조용히 서 있는 듯한 모든 식물이 온갖 방법으로 번식에 온몸을 불사르는 것을 알았죠. 인간의 욕망도 본능적인 번식력의 발현인 것이죠.  이 형상들은 인체를 기본으로 하지만 모든 생명의 번식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본능적 감각을 형상화한 거죠

감각이 살아있는, 싱싱하고 행복한 공간인 이상향 속에 사는 이 생명체들은 내 58년 삶의 경험과 35년 화업이 녹아있는 결과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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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도 20210806>, 46cm×55cm, Korean Painting Color+Paint Marker on Canvas, 2021

 

일정한 굵기의 선이 뿜어내는 힘

Q-작품에서 입체감을 주지 않고 선만으로 형태를 표현하네요. 선이 중심이 된 작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그 전엔 선으로 된 작업도 붓으로 그렸고, 형태에 그러데이션이나 색조 변화로 풍만감을 주었죠. 그러나 일정한 굵기의 선으로만 그려진 그림이 훨씬 더 강한 힘을 내뿜는다는 걸 자각했어요. 그래서 마커를 사용하게 됐죠. 선은 그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와 강한 힘으로 그려졌는지 관객들은 알아차릴 수 있어요. 일필휘지의 기운생동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선으로만 된 그림은 라디오의 소리처럼 한 가지만 던져주는 것과 같죠. 다 주지 않으므로 오히려 더 큰 품이 생긴다고 봐요. 시청각을 다 주는 티브이와 달리 청각, 즉 단일채널만 주는 라디오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발생시키잖아요. 선만으로 된 그림이 상상의 여지를 더 많이 준다는 거죠. 더구나 선만으로 구성된 형태인데도 입체감도 느낄 수 있어요

정리하면 선으로만 된 그림은 입체감을 준 그림보다 자유로운 생각, 상상의 영역이 더 확대되고, 생동감도 더 생기며 에너지도 더 발산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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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도-천상공원>, 112.5cm×145.5cm, Stone Pigment+Paint Marker on Canvas, 2021

 

관능적 곡선 속의 뾰족한 형상들

Q-부드러운 곡선의 형상들 속에서 창이나 가시, 뿔 같은 뾰족한 형상도 등장하는데, ‘육감도에서 꼭 있어야 하나요?

 

A-곡선은 부드러움, 따사로움, 관능 등을 상징합니다. 직선은 날카로움, 공격, 아픔, 상처 등을 상징합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에도 직선과 곡선은 공존합니다. 사랑에도 아픔이 있잖아요. 가시가 있잖아요. 불행이 없다면 행복이 있을 수 없죠. 여체는 곡선이고, 남성은 직선입니다. 남자의 발기한 성기도 직선이잖아요. 그 직선이 타원형을 향해 돌진하죠직선이 조금씩 있어야 곡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날카로움이 있으면 곡선의 부드러움이 더 부드러워 보입니다. 서로 상생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기도 하죠.

 

Q-이번 전시작업 중에 1987년도에서 2021년에 완성된 작품들이 있네요?

 

A-네, 대학 때 그렸던 그림에 드로잉을 덧얹었죠. 습작 같은 대학 시절의 그림 위에 35년간 쌓인 필력과 세월을 얹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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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식 정물>, 55cm×46cm, Oil Paints+Paint Marker on Canvas, 1987~2021


중층 이미지=세상에 대한 사실화

Q-풍경, 정물, 누드 그림 위에 드로잉을 하여 중층적으로 이미지가 쌓이는 표현법을 사용한 이유는요?

 

A-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그 사건은 여러 사건의 과정들이 쌓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말끔한 풍경화처럼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상태, 사건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거죠. 그 풍경 안에는 수많은 식물이나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한 격렬한 사건들의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죠. 얽히고설킨 여러 사건의 충돌로 하나의 세계가 구성되고 삼라만상이 움직여나가고 있는 거죠. 중층화면의 사용은 이 세상에 대한 사실화입니다.  중층 된 이미지가 왜 하필 성적 이미지이냐면, 세상의 모든 생물은 번식 욕망의 충만함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욕망의 분출로 개체를 유지하며 생존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세상 이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이 중층이미지로 귀결되는 것이지요.

 

 인간의 영원한 화두,

Q- 성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성을 소재로 하는 작업은 작업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줍니다. 특히 열정이 넘치던 젊은 시절엔 더했죠. 나이 들어 성 욕망이 줄어드니 그 즐거움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에 미술 작업은 삶을 더 높은 경지로 높이는 자기 수련 과정,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구축해 나가는 성취감도 있습니다. 누구나 잘 살기위한 탐구, 수련, 명상과도 같은 여정을 거쳐야 잘 사는(득도)’ 단계에 이르는 것이잖아요. 성은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가장 정확한 지표이며,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주는 소재라 판단하였습니다. 30년 전에 성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인간들의 영원한 화두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그 화두를 붙잡고 더 우아하고 참된 삶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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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58.5cm×76cm, Paint Marker on Photo(Printed on Korean Paper/ 사진: 조문호), 2006~2021

 

몸과 정신, 양쪽에 희열을 주는 행위미술

Q-행위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시고 이번 전시회 개막일 날도 행위를 한다면서요? 회화도 하면서 행위작업도 하는 이유가 있겠죠?

 

A-네, 98일 날 7시에 <-몸 철학의 관점에서>라는 작품을 합니다. 행위작업을 하는 것은 좀 더 뜨겁게 산다고 할 수 있죠. 하고 싶은 이야기, 분출하고 싶은 이야기가 회화와 설치미술로 만족이 안 되기에 그 에너지가 행위작품으로까지 나온다고 봐야죠. 무당의 피가 내재해 있는지도 모르고요.  행위작업도 그림 작업처럼 그 작업 자체에서 즐거움이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서 작품을 하고 나면 느끼는 몸이 주는 짜릿한 쾌감은 다른 작품을 할 때 느낄 수 없는 것이죠. 회화나 설치작업은 내 몸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행위미술은 내 몸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엄청난 차이가 있죠또한, 개념미술에서 출발한 행위미술이므로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 쾌감도 있습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실연 전까지 이뤄지는 개념적 작업과정이 상당한 지적 쾌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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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도 20210729>, 46cm×55cm, Stone Pigment+Paint Marker on Canvas, 2021

 

이중섭, 은박지화의 선 맛

 

Q-“내가 이중섭미술상을 받아야 한다.”라고 본인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A-2018년 개인전 때 한 관객이 이중섭, 그림에 버금간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중섭 작품의 매력은 은박지화의 날카로운 인체선 아닌가요? 젊은 시절엔 나도 저런 힘 있는 선들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이제 이중섭 선생이 돌아가신 나이보다 더 살았고, 나름 독창적인 인체 선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관객의 저 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죠. 이 선들과 형태는 세계에서 나만이 그려내는, ‘이혁발다움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이 선과 형태미가 독창성, 유일성, 회화성에서 나름의 가치를 획득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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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MYANMA 예술행동] 행위 장면

 

 이혁발은 이미 한 우주가 되었다

 

Q- 작품의 완성도가 한국미술사에 한 획이라도 그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신의 작업을 과대평가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A-나뿐 아니라 대부분 미술학도는 젊은 시절에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지금의 나이에 이르니 무엇을 그릴까어떻게 그릴까의 고민은 없고 그림이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인생>도 나이 50이 넘으니 자연스레 만들어지더라고요. 회화도 지금의 나이까지 쌓아진 경험과 삶에 대한 태도, 관점, 미적 표현력 등이 자연스레 발아되는 것이죠. 억지로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화업의 결과가 세월의 힘을 받아서 나름의 경지를 만들어준다고 봅니다. 2019, 미술평론가 김병수는 이렇게 나름의 의미를 획득하는 화면은 하나의 세계를 이룩한다. 이혁발은 이미 한 우주가 되었다.”라고 평론의 마지막 문구를 적었어요. 칭찬이 과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까지의 그림 작업에 대한 격려의 말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빨간 볼펜으로 노트에 드로잉을 합니다.노트 11권째, 육감도 드로잉북이 진행 중입니다. 큰 화면으로 옮길 드로잉이 몇 년 치 쌓여가는 것에 스스로 뿌듯한 상황입니다.

[성백 기자 openart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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