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의 열기 같은 심상 풍경, 그 시각적 축제, 심홍재 작품전 열려

기사입력 2021.05.28 19:41 조회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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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삶이 농축된 ‘획’의 힘

작가는 ‘12지신’의 한자를 풀어서 서로 엉기게 연결, 조합하여 하나의 형태를 만든 이 ‘획’ 작업을  “사람들이 상생하고 호흡하는 하나 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관람자는 이 형태의 출발이 12지신이라는 연유보다 작품이 뿜어내는 강렬한 이미지를 크로체가 언급한 ‘직관’으로 느끼며 볼 것이다.

 물로 바위에 글자를 써서 바위에 글자가 새겨지는 경지에 오른 대가가 쓴 듯, 힘차며 강인한 이 획의 형상은 추상화된 우리다. 사람들이 어깨동무하고, 끌어안고, 사랑하고, 어울렁더울렁 하는 모습이다. “무위(無爲)”의 자유로운 몸짓이며, 세상 모든 사물의 움직임이 추상된 것이다. 거칠게 호흡하며 걸어온 작가의 외침이고, 그 삶의 여정이 추상화된 것이다. 이 꿈틀거림, 용트림은 부드럽다가도 휘몰아치는 바람이며, 온갖 에너지가 응축된 파동이다. 응축된 에너지는 태풍의 눈처럼 겉보기에 잠잠하듯 이 작품도 그 강렬함 속에 선(禪)적, 명상적 태도를 불러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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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조우로 이뤄진 감각적 작품

 “자개농 부분을 오려서 붙인 후, 사포질과 색 먹임 작업을 몇 차례 거친 후”에야 완성되는 그의 회화는 단순한 평면회화를 벗어나 부조화된 입체감을 가진 작품이 된다. 자개농을 부분적으로 오려냄으로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우연으로 부분화된 형상, 다양한 무늬들은 매우 현대적 형태미로 탈바꿈된다. 자개의 광택은 검은색 획 안에서 교교한 빛을 발해 획의 힘을 더 강렬하게 한다. 거기에 입체적으로 도드라진 획들은 평면회화와 다른 차원의 시각적 자극을 준다. 과거 장인의 혼이 담겨있는 자개장의 조형미가 심홍재의 손끝과의 조우로 감각적 현대회화로 재탄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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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같은 심상 풍경, ‘삶 보고서’

 심홍재는 이 작업들이 “일기처럼, 작업할 때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나 기분의 농도까지 담긴 기록”이라고 했다. 마음의 풍경인 것이다. 그의 삶 한 단면, 편린들이 하나의 화면에 뚝뚝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 작업들이 얼핏 스텔라의 1976년 전시회 작품들과 형식상의 유사성을 띠는데, 스텔라의 작품이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골목길 같은 심상 풍경이라면 심홍재의 회화는 스파크가 강렬하게 일어나는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 같은 심상 풍경이다. 이 강렬함은 그가 격정적 가슴으로 뜨겁게,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심홍재의 가슴 속 분출하려는 에너지는 충만했으나 현실은 그것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지지 못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그 뜨거운 예술혼과 감각이 이제껏 쌓아진 삶의 경험과 환상적 조합을 이루게 되었다. 현재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의 삶과 이제까지의 예술작업들이 오롯이 농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삶 보고서’인 것이다. 40년 가까이 가는 화업의 결과, 그 결정점에 이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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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거리는 용암 같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부적

 달마의 그 형형한 눈빛 때문에 달마도가 수호신이나 부적 같은 역할을 맡아 집안에 모셔진다. 심홍재 작품에는 달마의 그 눈빛이 수백 개씩 이글거린다. 자개의 다양한 문양에서 뿜어나오는 광채가 획의 검은 배경에서 강렬한 눈빛들이 된다. 살아있는 눈빛들이 획을 더욱 기운생동하게 하고 우리를 흡사 작열하는 세상의 중심으로 이끈다. 빨강 바탕색은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태양의 중심부를 보는 듯하고, 폭발하는 화산의 이글거리는 용암을 보는 듯한 착시로 몰고 간다. 수많은 형형한 눈빛들과 폭발하는 에너지는 보는 자의 악운을 물리쳐주고 긍정적 에너지를 지속해서 뿜어내줄 것이다. 집안에 걸어 놓으면 부적이자, 든든한 수호신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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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시각적 축제장

 평론가 홍가이는 “화가는 반드시 어떠한 작품을 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질문에 심홍재의 최근 회화작업은 충실한 답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의 삶의 여정과 예술적 경험들(100회를 훌쩍 넘는 행위미술작업과 이제까지의 설치작품과 회화작업들)이 이 작품들에 필연적으로 이르게 하지 않았나 한다.

 그만의 삶이 녹여 든 획들의 움직임과 감각으로 구축된 독창성과 유일성, 완성도가 이 회화들의 가치를 높인다. 이 작품들은 그리 크지 않은 화면으로도 우리에게 풍성한 시각적 축제를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좋은 미술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정신적 풍요를 안겨주는 것이다. 이 시각적 축제에 서정적 자극을 받고 싶은 분들은 6월 8일부터 13일까지 전주의 교동미술관(063-287-1245)으로 찾아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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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발 기자 art339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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